S.S의 소설방
이 글이 보인다면 - 본문

난 글쓰는 분야에 있어서 남들에 비해 특별히 뛰어난 재능이 있는건 아니다. 유창할정도로 많은 어휘를 자유롭게 구사하지도 못할 뿐더러 심지어 까마득히 어린 시절에 배우고 통달했어야 마땅한 소소한 맞춤법까지도 쉽게 틀리곤 했다.
뚜렷한 목적지를 향해서 쉼없이 걸어가는 것이 글쓰는 일이라고 한다면 난 수없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다가 어디로 가야할지를 잃어버리는 실수를 수차례 반복하고는, 애초에 출발했던 자리로 다시 돌아가고 마는 식이었다. 결말이 다 정해져있는 이야기를 펼쳐보는것처럼 흥미롭지 못한 일이 없을 텐데 내가 쓰는 글이 그러했다. 터를 잡은 토양에 따라 한 해 농사가 결정될 것이 분명하다면 내 글의 밑바탕은 영양가라곤 한 줌도 채 되지 않는 불모지에 불과하다고 느낄 때도 많았다.
의기양양하게 글을 써보겠다고 결심하고 스스로를 토닥이면서 힘을 내보아도 어느샌가 단념하는 나 자신이 낯설지 않았다. 또한 쉴새 없이 예술적 창조성을 발휘하는 능력을 가진 일단의 사람들과 난 전혀 다른 부류임을 증명하는 일은 쉬웠다. 눈을 감으면 무수히 많은 천재들이 빚어낸 아름다운 그림들로 가득한 전시회관 한복판에 점 하나 찍을 힘도 없이 바스러져 쓰러진채로 죽어가는 내 소박한 열망이 보였다. 새까맣게 타기 직전의 나 자신이 꺼져가는 불빛을 붙잡고 어둠을 밝히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처럼 언제나 난 가질 수 없는 것을 바라고 희망했으며 그걸 인생의 동력으로 삼았다. 어리석음의 깊이에도 무한함이 있다면 내가 그 좋은 사례가 될지 몰랐다.
그럼에도 난 다시 글을 쓰려고 한다. 인생의 파편들을 휘적거리다가 그 안에서 무언가라도 얻길 바라며. 고뇌하는 평범한 직장인의 끄적거림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열등감과 열망은 그 굴레를 같이 하는 법이다. 나약한 모습에서 벗어나고자 콧바람 하나로 사그러드는 촛불이 아닌 뜨거운 지옥의 유황불을 기꺼이 자신에게 퍼부으려 하는 것이다. 두 눈을 채 뜨기 힘들 정도로 밀려오는 극심한 피로 속에서도, 출근을 앞두고 새벽 동이 터올때까지 잠못이루게 하는 간절함을 담아. 오늘도 글을 쓴다. 이번에는 그 불면증이 또 얼마나 갈지 모른다. 여러 밤의 시작과 끝을 담아내는데 지친 나머지 금새 이 모든 것들에 질려버릴 수도. 그러나 너무 묵직하지 않게, 동시에 또 너무 가볍지 않게 무게추를 조절해가며 흔들림없이 내 인생의 흔적들을 조금씩 글에 적어가고 싶다.
누군가 만약 이 글이 보인다면, 그저 스쳐지나갈 한번의 바람 정도로 여기기만 해도 그 글을 쓰는 나에겐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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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다니고 있던, 취업이나 이직을 준비중이던, 혹은 집에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던, 그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고유한 세계를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현실이 어둡고 슬프지만 더 나아질 다음을 위해 버티는 우리네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출퇴근길과 점심시간에 커피를 마시며 틈틈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 글의 연결고리가 되어준 많은 회사 동료, 선후배, 친구 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저를 포함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소소한 자신을 잃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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